
아시안의 평화로운 상생을 꿈꾸다.

아시안의 평화로운 상생을 꿈꾸다.
입력 2025-11-23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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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만여 외국인, 행정 문턱 높아
동등한 접근과 친절한 안내 필요
작은 태도가 마음을 열고 닫아
존중 느낄때 사회통합 힘 얻어
김구용국 경기도외국인복지센터장협의회 회장·문학박사
11월24일은 ‘민원의 날’이다. 행정안전부가 2019년에 제정한 이 날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친절한 민원행정을 실현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전국의 공공기관과 지자체에서는 이날을 기념해 모범 민원인을 포상하거나,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공무원들의 노고를 격려하며 ‘국민 중심 행정’을 다짐한다. 행정의 최전선에서 민원을 처리하고 주민을 직접 대면하는 공무원들에게는 보람과 자긍심을 되새기는 의미 있는 날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민원의 날’이 말하는 ‘주민’의 범주에는 누구까지 포함될까?
이제 한국 사회에는 250만명이 넘는 외국인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산업 현장에서, 농촌에서, 돌봄과 가사노동, 식당과 물류의 현장에서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주민들에게 행정의 문턱은 여전히 높게 느껴진다. 낯선 제도와 언어, 복잡한 서류 절차는 이주민들에게 ‘민원’이라는 단어를 어렵고 멀게 만든다.
이주민에게 필요한 것은 특별한 대우가 아니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동등한 접근’과 ‘친절한 안내’다. 행정 용어나 절차를 이해하지 못해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놓치는 일, 통역이 없어 민원 창구를 떠나는 일은 아직도 흔하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배제의 감정’을 낳고, 지역사회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킨다. 행정서비스는 모든 주민의 권리이자 공동체의 약속이다. 그러니 사회통합은 이주민도 그 권리를 동일하게 누릴 수 있을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반갑게도 최근에는 긍정적인 변화의 움직임도 보인다. 일부 지자체는 다국어 민원 안내문을 제작하고 외국인 전용 민원 창구나 통역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민원 시스템에 다국어 페이지를 추가하거나 다문화 이해교육을 통해 공무원의 응대 역량을 높이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편의 제공’이 아니라, ‘포용 행정’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언어가 다르고 피부색이 달라도 행정의 친절함이 모두에게 닿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인 것이다.
지방정부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외국인 주민 비율이 높아지는 지역에서는 민원 서비스가 지역 통합의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 외국인복지센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외국인력지원센터 등 여러 기관이 존재하지만 서로의 기능이 중첩되거나 공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주민에게 필요한 것은 기관의 숫자가 아니라, 연계와 협력의 체계다. 지자체와 중앙정부, 민간단체가 함께 역할을 조정하고 정보를 공유할 때 행정서비스는 더욱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공감 능력 있는 행정’이 중요하다. 법과 제도만으로는 행정의 온기를 담보할 수 없다. 창구의 첫 인사, 안내문의 어투, 상담자의 태도처럼 작은 요소들이 민원인의 마음을 열고 닫는다. 이주민이 “나도 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존중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순간, 사회통합은 비로소 구체적인 힘을 얻는다. 그러니 행정의 최전선에서 주민을 만나는 공무원들의 세심한 배려가 사회통합의 출발점이 된다.
‘민원의 날’은 단지 공무원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한 날만이 아니다. 그 의미는 행정과 주민이 더 가까워지는 데에 있다. 이주민을 포함한 모든 주민이 행정서비스에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국민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 행정’으로 나아간다. 이는 외국인에 대한 배려를 넘어 행정의 품격을 높이고 사회적 신뢰를 확장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민원은 언제나 불편에서 시작하지만, 해결의 경험은 신뢰를 남긴다. 그 신뢰가 쌓일 때 사회통합은 선언이 아니라 일상이 된다. ‘민원의 날’을 맞아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이주민에게도 행정은 따뜻한가?” 그 물음에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사회, 그것이 진정한 주민 중심 행정이자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포용의 길이며 사회통합의 길이다.
/김구용국 경기도외국인복지센터장협의회 회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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